열대어 색이 화려한 이유, 경고색과 위장
3줄 요약
- 산호초 물고기의 화려한 색은 멋을 내려는 것이 아니라 경고, 위장, 눈 속이기, 동료 알아보기 같은 살아남기 위한 신호입니다.
- 색과 무늬로 가득한 산호초에서는 화려한 몸이 오히려 배경에 섞여 눈에 덜 띄기도 합니다.
- 물은 빨간빛을 먼저 삼켜서, 깊은 곳의 빨간 물고기는 검게 보이고 사진 속 색도 파랗게 바랩니다.
산호초에 처음 들어간 사람은 대부분 색에 놀랍니다. 노랑, 파랑, 주황, 보라가 섞인 물고기들이 눈앞을 지나가는데, 우리 바닷가의 회색빛 물고기와는 전혀 다른 세상처럼 보입니다. 이렇게 눈에 띄면 오히려 잡아먹히기 쉬울 것 같은데, 왜 산호초 물고기들은 이토록 화려할까요. 이 기록은 열대어의 색이 하는 일을 경고, 위장, 눈 속이기, 신호 네 가지로 나눠 정리하고, 물속에서 색이 어떻게 보이는지까지 함께 살펴봅니다.
산호초가 화려한 이유부터
산호초는 햇빛이 잘 드는 얕고 맑은 바다에 만들어집니다. 빛이 풍부하니 색이 잘 보이고, 산호와 해면, 해조류가 저마다의 색을 띠어 바닥 자체가 알록달록합니다. 숨을 틈도 많아서 물고기들이 순식간에 몸을 감출 수 있습니다. 이런 곳에서는 화려한 몸이 반드시 불리하지 않습니다. 줄무늬와 점무늬가 산호 가지와 그늘에 섞이면 윤곽이 흐트러져 오히려 찾기 어려워지고, 눈에 띄는 색은 동료나 짝에게 자기를 알리는 데 쓰입니다. 같은 색이라도 어느 바다, 어느 배경에 있느냐에 따라 숨는 옷이 되기도 하고 알리는 깃발이 되기도 합니다.
색이 하는 네 가지 일
| 하는 일 | 어떻게 | 대표 예 |
|---|---|---|
| 경고 | 건드리면 위험하다는 것을 눈에 띄는 색으로 알림 | 쏠배감펭의 줄무늬, 쥐돔 꼬리 가시 자리의 반점 |
| 위장 | 배경과 비슷한 색과 무늬로 몸을 감춤 | 바위처럼 보이는 쏨뱅이 무리, 모래색 넙치 무리 |
| 눈 속이기 | 진짜 눈은 숨기고 가짜 눈을 드러냄 | 눈의 검은 띠와 꼬리 쪽 점을 가진 나비고기 |
| 신호 | 같은 종과 짝, 경쟁자에게 자기를 알림 | 수컷의 혼인색, 어릴 때와 다른 엔젤피시 무늬 |
표는 이해를 돕기 위해 나눈 것일 뿐, 실제로는 한 물고기의 색이 한 가지 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눈에 띄는 줄무늬가 멀리서는 경고가 되고, 산호 그늘 속에서는 윤곽을 흐리는 위장이 되기도 합니다.
건드리지 말라는 경고색
독이나 무기를 지닌 물고기 가운데에는 일부러 눈에 띄는 색을 띤 종이 많습니다. 한번 쏘이거나 베인 경험이 있는 포식자는 그 색을 기억하고 다음에는 피하게 됩니다. 화려한 색이 “나를 먹으면 고생한다”는 간판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붉은 줄무늬에 독가시를 숨긴 쏠배감펭, 꼬리 가시 자리에 노랑이나 주황 반점을 띤 쥐돔 무리가 대표적입니다. 물고기는 아니지만 산호초의 갯민숭달팽이가 유난히 화려한 것도 몸에 맛없거나 해로운 물질을 지녔다는 경고로 해석됩니다.
화려하면 일단 만지지 않기
모든 화려한 생물이 위험한 것은 아니지만, 바다에서 처음 보는 생물이 눈에 띄는 색을 띠고 있다면 경고일 가능성을 먼저 생각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만지지 않고 사진과 눈으로만 보는 습관이 사고를 막습니다.
몸을 감추는 위장
반대로 색으로 몸을 숨기는 물고기도 많습니다. 쏨뱅이 무리의 어떤 종은 바위와 해조류를 꼭 닮은 얼룩과 돌기로 덮여 있어 바로 앞에 두고도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모래 바닥의 넙치와 가자미 무리는 바닥의 색과 질감에 맞춰 몸 색을 바꾸기도 합니다. 넓은 물속을 헤엄치는 물고기는 등이 어둡고 배가 밝은 경우가 많은데, 위에서 내려다보면 어두운 바다와,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밝은 수면과 비슷해 보이게 하는 무늬입니다. 아예 몸을 투명하게 만들어 숨는 작은 생물도 있습니다.
진짜 눈은 숨기고 가짜 눈은 보이기
포식자는 대개 먹잇감의 눈을 겨냥해 덤빕니다. 그래서 많은 산호초 물고기가 눈을 가로지르는 검은 띠로 진짜 눈을 감추고, 몸 뒤쪽에 눈처럼 생긴 동그란 점을 달고 있습니다. 공격이 몸 뒤쪽으로 빗나가면 머리를 지키고 달아날 기회가 생깁니다. 나비고기가 이 전략을 가장 잘 보여 주는 물고기입니다.
동료와 짝에게 보내는 신호
색은 같은 종끼리 서로를 알아보는 이름표이기도 합니다. 생김새가 비슷한 종이 한 산호초에 여럿 사는 경우, 몸의 무늬와 색이 서로를 구별하는 단서가 됩니다. 번식 철이 되면 수컷의 색이 더 진해지거나 평소에 없던 무늬가 나타나는 종도 있고, 놀래기 무리처럼 암컷에서 수컷으로 바뀌면서 몸 색까지 크게 달라지는 물고기도 있습니다. 엔젤피시의 어린 개체가 다 자란 개체와 전혀 다른 무늬를 띠는 것도 같은 종의 어른에게 경쟁자로 보이지 않기 위한 신호로 설명됩니다. 어린 무늬가 다 자란 무늬로 넘어가는 과정은 엔젤피시 쪽 기록에서 단계별로 볼 수 있습니다.
흰동가리의 주황색은 무엇을 말할까
가장 유명한 산호초 물고기인 흰동가리의 주황색과 흰 띠는 어떤 역할을 할까요. 흰동가리는 독이 없지만, 독침이 가득한 말미잘 속에 살기 때문에 굳이 몸을 숨길 필요가 적습니다. 눈에 띄는 색은 같은 말미잘에 사는 무리끼리 서로를 알아보고, 다른 흰동가리에게 이곳이 자기 집이라는 것을 알리는 데 쓰인다고 여겨집니다. 흰 띠의 개수와 모양이 종마다 달라서 사람이 종을 구별하는 데도 쓰이는데, 그 단서는 흰동가리 기록의 표에 정리했습니다.
순식간에 색을 바꾸는 물고기
몇 달에 걸쳐 천천히 색이 바뀌는 물고기가 있는가 하면, 몇 초 만에 색을 바꾸는 물고기도 있습니다. 피부에 색소를 담은 작은 세포가 있어서, 이 세포 속 색소를 모으거나 펼치는 방식으로 색을 짙게 하거나 옅게 합니다. 넙치 무리가 바닥에 내려앉자마자 바닥 색을 닮아 가는 것, 놀란 물고기의 색이 한순간에 흐려지는 것이 이런 변화입니다. 바다에서 물고기의 색이 바뀌는 순간을 보았다면 그 물고기가 지금 무엇을 느끼는지 알려 주는 신호를 본 셈입니다.
낮과 밤의 색이 다르다
산호초 물고기 가운데 상당수는 밤이 되면 색이 바뀝니다. 낮에는 선명하던 노랑이 어둡게 가라앉거나, 몸에 얼룩무늬가 새로 나타나 잠든 동안 눈에 덜 띄게 합니다. 밤 다이빙에서 낮에 본 물고기를 다시 만났는데 다른 종처럼 보인다면, 같은 물고기의 밤 옷일 가능성이 큽니다.
물속에서 색이 사라지는 이유
바닷물은 햇빛 가운데 빨간빛을 가장 먼저 흡수하고, 이어서 주황과 노랑을 흡수합니다. 그래서 몇 미터만 내려가도 빨간 물고기는 칙칙한 갈색으로, 더 깊은 곳에서는 거의 검게 보입니다. 깊은 바다에 빨간 물고기가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빨간빛이 닿지 않는 곳에서는 빨간 몸이 가장 눈에 띄지 않는 색이기 때문입니다.
이 현상 때문에 다이버가 맨눈으로 본 색과 카메라에 찍힌 색이 다르고, 수중 사진은 전체가 파랗게 바래기 쉽습니다. 조명을 비추면 사라졌던 빨강과 노랑이 되살아나는데, 그 순간에야 물고기의 진짜 색을 보게 됩니다. 사진 속 색을 되살리는 방법은 물속 사진이 파랗게 나오는 이유와 색 보정에 정리했습니다.
같은 종인데 색이 다를 때
도감 사진과 바다에서 본 물고기의 색이 다르다고 해서 다른 종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같은 종이라도 사는 지역에 따라 몸 색이 조금씩 다른 경우가 있고, 수심과 빛의 양, 나이, 번식 철 여부에 따라서도 색이 달라집니다. 놀라거나 몸이 약해지면 색이 흐려지는 물고기도 많습니다. 그래서 색은 이름을 찾는 첫 단서로 쓰되, 몸의 모양과 지느러미, 무늬의 배치처럼 잘 변하지 않는 특징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 색보다 무늬의 위치와 개수가 더 믿을 만한 단서입니다.
- 사진이라면 조명을 쓴 사진의 색이 실제 색에 더 가깝습니다.
- 본 수심과 시간을 함께 적어 두면 색이 달랐던 이유를 짐작하기 쉽습니다.
색을 만드는 두 가지 방법
- 색소
- 피부 세포 안의 색소가 빛의 일부를 흡수해 색을 냅니다. 노랑, 주황, 빨강, 검정이 주로 이렇게 만들어집니다.
- 구조색
- 피부 속 아주 작은 판이나 결정이 빛을 반사하고 간섭시켜 색을 냅니다. 물고기의 파랑과 은빛, 보는 각도에 따라 반짝이는 색이 이런 경우가 많습니다.
두 방법이 한 몸에 함께 쓰이는 물고기도 많습니다. 같은 파란 물고기라도 보는 각도와 빛의 방향에 따라 색이 달라 보이는 것은 구조색 때문입니다. 사진을 찍을 때 조명 방향을 조금만 바꿔도 파란색의 느낌이 달라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색을 사진으로 남기려면
물고기의 색을 정확히 기록하고 싶다면 사진 찍는 방법부터 조금 바꿔야 합니다. 물이 빨간빛을 삼키는 것은 깊이뿐 아니라 거리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물고기와의 거리가 멀수록 색이 바랩니다. 가능한 한 가까이, 그러나 물고기가 놀라지 않을 거리에서 찍고, 조명이 있다면 물고기를 향해 비스듬히 비춰 색을 되살립니다. 조명이 없다면 얕은 곳에서 햇빛이 충분할 때 찍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찍은 뒤에는 보정 앱에서 흰색이 흰색으로 보이도록 맞추면 나머지 색도 제자리를 찾습니다.
아이와 함께 해 보는 색 관찰
수족관에 가면 아이와 함께 물고기를 색의 역할에 따라 나눠 보는 놀이를 해 보세요. “이 물고기는 숨는 색일까, 알리는 색일까”를 물어보고, 눈의 띠나 꼬리의 점처럼 숨은 무늬를 찾아보게 하면 물고기를 훨씬 오래 들여다보게 됩니다. 같은 물고기를 조명 아래와 그늘 속에서 비교해 보는 것도 색이 빛에 따라 달라 보인다는 것을 알려 주는 좋은 방법입니다.
진짜 색을 가까이서 보려면
바다에 직접 들어가기 어렵다면 수족관과 해양 전시관이 좋은 출발점입니다. 해양수산부 산하 기관인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충남 서천의 전시관 씨큐리움에서 해양생물 표본을 전시하고, 바다 생물의 생존 전략과 빛깔을 주제로 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합니다. 전시 공간 개선 공사로 일부 전시실 관람이 제한될 때가 있으니, 방문 전에 누리집의 공지를 먼저 확인하세요.
우리 바다에도 늘어나는 화려한 물고기
요즘은 우리 바다에서도 화려한 열대 물고기를 만나는 일이 늘었습니다. 바닷물이 따뜻해지면서 제주와 남해, 동해 남쪽에서 나비고기 무리나 청줄돔 같은 아열대 물고기가 자주 보인다는 조사 결과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동남아 바다에서만 보던 색을 우리 바다에서 본다는 반가움 뒤에는 바다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신호도 함께 담겨 있습니다.
물어보신 것들
화려한 물고기는 모두 독이 있나요?
아닙니다. 흰동가리나 나비고기처럼 독이 없는데도 화려한 물고기가 많습니다. 화려함은 경고 말고도 동료 알아보기와 위장에도 쓰입니다. 다만 처음 보는 생물은 만지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물고기도 색을 볼 수 있나요?
많은 산호초 물고기가 색을 구별한다고 알려져 있고, 일부는 사람이 보지 못하는 자외선까지 본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 눈에는 같아 보이는 무늬가 물고기끼리는 전혀 다르게 보일 수 있습니다.
수조 속 물고기 색이 바다보다 흐린 이유는요?
먹이와 조명, 스트레스가 색에 영향을 줍니다. 몸 상태가 좋고 환경이 안정되면 색이 다시 선명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열대어의 이름을 함께 익히고 싶다면 열대어 이름 정리로, 색과 무늬로 생물을 찾고 싶다면 갤러리 목차의 생김새로 찾기 표로 가 보세요. 다른 열대어 이야기를 이어서 읽으려면 열대어 도감 목록을 펼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