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피시, 어릴 때와 다 컸을 때 무늬
3줄 요약
- 바다 엔젤피시를 나비고기와 가르는 열쇠는 뺨 아래쪽, 꼬리 방향으로 뻗은 단단한 가시 하나입니다.
- 많은 종이 어릴 때와 다 컸을 때 전혀 다른 무늬를 띠어, 같은 종을 두 종으로 착각하기 쉽습니다.
- 수족관에서 흔히 엔젤피시라 부르는 민물고기는 이름만 같을 뿐 전혀 다른 무리의 물고기입니다.
산호초에서 유난히 당당하게 헤엄치는 화려한 물고기가 있습니다. 파랑과 노랑, 검정이 굵게 어우러진 몸으로 다이버를 힐끗 보고 지나가는 물고기, 엔젤피시입니다. 엔젤피시를 알아 갈수록 놀라운 점은 같은 물고기가 자라면서 완전히 다른 옷으로 갈아입는다는 사실입니다. 이 기록은 바다 엔젤피시 무리의 생김새와 나비고기와의 차이, 자라면서 바뀌는 무늬, 먹이와 무리 생활, 관찰과 촬영 요령을 정리합니다.
생김새와 무리
바다의 엔젤피시는 우리말 도감에서 청줄돔 무리로 묶이는 물고기들입니다. 아흔 가지 가까운 종이 있습니다. 산호 틈에 사는 작은 종은 다 자라도 엄지손가락 몇 마디 길이지만, 큰 종은 다 자라면 어른 팔뚝만큼 커집니다. 몸은 옆으로 납작하고 높으며,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 끝이 길게 뻗은 종이 많습니다.
| 살펴볼 곳 | 엔젤피시 | 나비고기 |
|---|---|---|
| 아가미 덮개 | 아래쪽에 뒤로 향한 단단한 가시가 있음 | 뚜렷한 가시가 없음 |
| 크기 | 작은 종부터 큰 종까지, 큰 종은 손바닥보다 훨씬 큼 | 대부분 손바닥 크기 안팎 |
| 헤엄 | 혼자 또는 작은 무리로 당당하게 다님 | 짝을 지어 산호 사이를 오감 |
| 자라며 무늬 변화 | 종에 따라 완전히 바뀜 | 대체로 크게 바뀌지 않음 |
물속에서는 크기와 헤엄치는 모습으로 먼저 짐작하고, 사진으로 확인하는 순서가 좋습니다. 가장 확실한 단서는 아가미 덮개의 가시입니다. 사진을 확대해 보면 뺨 아래쪽에서 꼬리 방향으로 뻗은 가시가 보입니다. 나비고기의 특징은 나비고기 기록에서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어릴 때와 다 컸을 때 다른 옷
몸집이 큰 엔젤피시 가운데 많은 종은 어릴 때 짙은 파란 바탕에 흰색과 파란색의 둥근 고리나 곡선 줄무늬를 두르고 있습니다. 그러다 자라면서 이 무늬가 서서히 사라지고, 다 자라면 노란 몸통에 파란 줄, 혹은 굵은 띠와 점무늬처럼 전혀 다른 모습이 됩니다. 어린 개체와 다 자란 개체를 두고 예전에는 서로 다른 종으로 기록한 일도 있었을 만큼 차이가 큽니다.
왜 이렇게 다른 옷을 입는지에 대해서는, 다 자란 엔젤피시가 자기 영역에 들어온 같은 종을 쫓아내는데 어린 개체는 무늬가 달라 경쟁자로 여겨지지 않는다는 설명이 널리 받아들여집니다. 어린 시절의 무늬가 일종의 통행증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자라는 중간의 개체는 두 무늬가 섞인 모습을 띠어서, 이런 개체를 만나면 변해 가는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무엇을 먹고 어떻게 사나
- 큰 엔젤피시
- 바위에 붙은 해면을 즐겨 먹는 종이 많습니다. 다른 물고기가 잘 먹지 않는 해면을 먹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물고기입니다.
- 작은 엔젤피시
- 산호 틈에 숨어 바위의 해조류를 쪼아 먹으며, 좁은 영역에서 잘 벗어나지 않습니다.
- 물속을 떠다니는 종
- 산호초 바깥쪽 물속에서 플랑크톤을 먹으며 무리 지어 헤엄치는 종도 있습니다.
엔젤피시는 수컷 한 마리가 여러 마리의 암컷과 함께 영역을 지키는 무리를 이루는 종이 많습니다. 수컷이 사라지면 무리에서 가장 큰 암컷이 수컷으로 바뀌어 자리를 잇습니다. 흰동가리가 수컷에서 암컷으로 바뀌는 것과는 방향이 반대라서 비교해 보면 재미있습니다. 흰동가리 이야기는 흰동가리 기록에 있습니다.
지역마다 다른 엔젤피시
엔젤피시는 바다마다 그곳에만 사는 종이 많아서, 여행지가 바뀌면 만나는 얼굴도 바뀝니다. 멕시코 태평양 쪽 바다와 그 앞바다의 섬들에는 그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엔젤피시가 있고, 카리브해와 홍해, 인도양에도 저마다의 대표 종이 있습니다. 우리 바다에서는 제주와 남해에서 청줄돔을 볼 수 있습니다. 여행지의 대표 엔젤피시를 미리 알아 두면 그 바다에서만 만날 수 있는 장면을 놓치지 않습니다.
수족관의 엔젤피시는 다른 물고기
이름이 같다고 같은 물고기가 아닙니다
수족관에서 흔히 엔젤피시라고 부르는, 지느러미가 위아래로 길게 뻗은 세모꼴 물고기는 남아메리카 강에 사는 민물고기입니다. 바다의 엔젤피시와는 전혀 다른 무리이며, 기르는 물과 먹이도 다릅니다. 검색이나 물건을 살 때 바다 엔젤피시인지 민물 엔젤피시인지 꼭 확인하세요.
엔젤피시를 만나는 자리
- 해면이 덕지덕지 붙은 바위 벽, 산호초가 끝나고 모래가 시작되는 경계를 천천히 따라갑니다.
- 큰 엔젤피시는 다이버를 경계하면서도 호기심을 보이니, 멈춰서 기다리면 가까이 지나가기도 합니다. 손짓으로 부르지 마세요.
- 작은 엔젤피시는 산호 틈을 들락날락하니 같은 틈을 계속 지켜봅니다. 한번 숨어도 금방 같은 자리로 고개를 내밉니다.
- 어린 개체를 찾았다면 근처에서 다 자란 개체도 찾아 두 무늬를 나란히 비교해 봅니다.
기록장에 적어 둘 것
엔젤피시를 만났다면 이름 말고도 적어 둘 것이 꽤 많습니다. 짧게라도 남겨 두세요. 어린 무늬였는지 다 자란 무늬였는지, 혼자였는지 몇 마리가 함께였는지, 무엇을 쪼아 먹고 있었는지를 남겨 두면 다음에 같은 바다에서 다시 만났을 때 비교하는 재미가 생깁니다. 특히 한 영역에 큰 개체 하나와 작은 개체 여럿이 함께 있었다면, 수컷 한 마리가 이끄는 무리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사진 찍는 요령
엔젤피시는 몸을 옆으로 돌려 지나가는 순간이 가장 예쁩니다. 정면에서 다가오는 모습은 납작한 몸 때문에 생각보다 밋밋하게 찍힙니다. 다가가면 몸을 틀어 꼬리를 보이며 멀어지니, 지나갈 길을 예상하고 옆에서 기다리는 편이 낫습니다. 파랑과 노랑이 선명한 물고기라 색 보정이 잘 되었는지가 사진의 인상을 크게 좌우합니다. 물속에서 노란색이 바래는 이유는 색 보정 기록에서 설명했습니다.
소리를 내는 엔젤피시
엔젤피시 가운데 몇몇 종은 영역에 다른 물고기나 다이버가 들어오면 몸을 떨며 낮게 툭툭 울리는 소리를 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물속에서 가까이 있을 때 귀를 기울이면 들리기도 합니다. 이런 소리는 대개 물러나라는 신호이니, 소리가 들리거나 엔젤피시가 몸을 꼿꼿이 세우고 다가오면 조금 물러나 주세요.
자주 묻는 것
어린 엔젤피시와 다 자란 개체가 같은 곳에 사나요?
어린 개체는 다 자란 개체의 영역을 피해 산호 틈이나 얕은 바위 밑에 숨어 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산호초 안이라도 머무는 자리가 조금 다릅니다.
무늬가 바뀌는 데 얼마나 걸리나요?
종과 먹이, 수온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몇 달에서 해를 넘기는 시간에 걸쳐 조금씩 바뀝니다. 중간 모습의 개체를 만나는 것은 그래서 드문 행운입니다.
엔젤피시의 어린 시절 무늬처럼 색이 생존에 쓰이는 사례를 더 알고 싶다면 열대어 색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청줄돔 무리 말고 다른 산호초 물고기의 한국어 이름은 이름 정리 표에서 찾고, 그 밖의 생물은 갤러리 목차에서 고르세요.